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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단은 꼬치를 먹기위해 서울대입구역에 모였던 때가 시작이었다. 원래는 꼬치 구이를 먹으려고 모였으나 가게가 저녁쯤 여는 바람에 점심 조금 넘은 시각에 만나 버린 우리들은 다른 곳에서 시간을 때워야 했다. 간단하게 새마을 식당에서 요기를 하고선 피시방에서 적당히 고오급 시계를 하다가 잠시 쉴겸 카페로 이동하였다.

이동하고 나서 공통의 관심사인 BEMANI 관련 이야기를 하고나니 최근에 이슈가되는 BRF(BEMANI ROCK FESTIVAL)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레 나올 수 밖에 없었다. BEMANI계열 게임의 음악을 실제로 연주하는 라이브 공연인 BRF는 게임 유저라면 당연히 듣고 싶어하는 꿈의 공연이 아닐 수 없었다. 아직은 휴가기간이고, 마찬가지로 지인 G랑 H도 갈 만한 여유가 있어서 살살 미끼를 던져보았다. 

나의 열렬한 영업(?) 덕분에 G랑 H가 미끼를 물었다. 혼자 갈까도 생각해봤는데 기왕 가는거 같이 가고 싶은 마음도 없잖아 있었다. 그 뒤로 일사천리로 항공권을 구하고 숙소도 예약하였다. 단지 한가지 큰 문제가 있었다면 관람을 위한 티켓 구매였다. 여기에서 상당히 시행착오를 겪었다. 

원래 사용하고 있던 일본 물품 관련 대행사에 문의를 넣어보았는데 배송을 제때 해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걸 어떻게 하나 고민하다가 여러군데 찔러 보기로 했다. 정 되지않으면 이모 일본 지인을 통해서 구매할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어지간해선 내 선에서 처리하고 싶었다. 다행히 아소비바라는 사이트에서 구매가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와서 냉큼 신청했다.

BRF는 티켓피아와 로손티켓, 이플러스에서 티켓을 위탁판매하고 있었다. 본래는 사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사이트에서 구매할 수 있었는데 이미 완매되었고, 지금은 일반석 입장 티켓만 구매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배송 방법은 다양한 방법이 있는데 , [일본 판매 업체에서 배송->일본 대행업체 배송]하는 루트는 시간이 없는 지금 그다지 좋아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사이트에 기입 된 방법 중에 [세븐 일레븐 발권]은 꽤 괜찮은 방법 같았다.

세븐 일레븐 발권은 편의점에 가면 있는 티켓 발권기를 통해 미리 결제한 표를 발권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아마도 공연마다 조금 차이는 있겠지만, 공연 전날 오후 11시까지는 발권이 가능한 듯했다. 내가 생각한 방법은 사실 대행 업체에서 미리 표를 결제 해 준 다음 발권에 필요한 코드를 대행사에서 받고 내가 직접 세븐일레븐에서 발권하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소비바측에서 티켓도 발권해서 우편으로 보내주신다고 해서 의외로 더 편하게 해주셔서 다행이었다. 시간이 괜찮겠냐고 질문하자 충분하다는 답변이 바로 돌아왔다. 그래서 빠르게 입금하고 티켓을 발권했다. 이제 여행을 가는 일만 남았다. 

비행기는 이번에 진에어를 이용했는데, 시간이 꽤 빨라서 아침 첫차를 타고 여유있게 공항에서 기다리는게 나을 것 같아 그렇게 하기로 했다. 못 일어 날것 같아서 결국 전날 피시방에서 파판을 하며 밤을 샜다. 캐리어가 매우 신경쓰였지만 피시방이 꽤 넓어서 그럭저럭 두고 시간을 보낼 만 했다. 

새벽 4시 조금 넘어서 밖으로 나왔다. 주말에 출발하는 공항버스는 오히려 평일보다 사람이 더 적은 느낌이다. 본래 공항버스 앞자리의 수하물 놓는 자리에 수하물이 가득차서 가끔은 복도에 잡고 가야하는 경우도있는데, 오늘은 텅텅 비어있었다. 수하물을 놓고 자리에 앉았다. 아침에 다니는 공항 버스는 고속도로를 타기 전 불을 꺼 주신다. 그게 참 좋다. 여행을 시작한다는 느낌을 받아서 그럴지도 모른다. 


공항에 금새 도착했다. 내려서 지인 G를 기다렸다. 기다리면서 와이파이를 찾고 커피도 마시고 먹을것도 간단히 먹고 가지고 갈 것들을 체크했다. G는 아침 6시 좀 넘어서 도착했다. 진에어는 처음 탑승해보는데 발권열에 사람들이 꽤 많았다. 이전부터 간간히 듣는 바로는 7월쯤에 나리타 노선 취항한다는 이야기만 들었지 내가 타리라고는 생각해본 적 없었기 때문이다. 

무사히 티켓을 받고 출국 심사장에 줄을 섰다. 공항 버스에 사람이 없는데서 부터 느낀 거지만 여기도 평일보단 사람이 없었다. 
자동 출입국 심사를 해둔 터라 수하물 검사만 하고 바로 출국장을 빠져나갔다. 그리고는 서둘러 면세품 인도장으로 달렸다. 인도장에서 받아야 할게 있었기 때문이었다.

면세품 인도장은 항상 사람이 많지만, 생각보다 찾는 시간은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는다. 영화같은 달리기 신을 찍어야 했나 걱정했지만 다행히 그런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탑승하여 자리에 앉자 조금 졸음이 몰려왔다. 비행기가 이륙할때 뭔가 부딪친것인지 크게 흔들려서 놀랐다. 

무사히 비행 루트에 진입하여 기내식을 배급해 주었다. 저가항공에서는 기내식을 주는 항공이 거의 없는데 진에어는 특이하게도 간단한 기내식을 준다. 빵이랑 바나나 정도의 간단한 식단이지만, 아예 없는 것 보다는 훨씬 낫다.
먹고 이야기를 하고 나니 어느새 착륙 할 시간이 되었다. 사실 이 사이에 지인 G에게 뭔가 에피소드가 있긴 하지만, 이 글에서는 생략하도록 한다. 말하지는 않으나 언급 하는 이유는 가끔 이 글을 보며 떠올리기 위해서다. 



진에어의 기내식. 간단하게라도 나와서 배고픔을 달래기엔 좋다. 



나리타 공항. 내가 와서 그런가 역시나 비가 내렸다.



나리타에 착륙해서 조금 걸으니 나리타 1터미널이 나왔다. 착륙한 비행기가 우리 비행기 뿐이어서 입국 심사장에는 사람이 얼마 없었다. 평소에도 이러면 좋으련만. 그리고 셔틀버스를 타고 2터미널로 향했다. 2터미널에서 전차를 탈까 버스를 탈까 고민하다가 숙소가 있는 이케부쿠로 까지 가는 직행 버스가 있는것을 발견, 버스를 타기로 했다. 그런데 여기서 셋다 반쯤 피곤해서인지 그냥 공항 버스가 아닌 리무진 버스 티켓을 끊어버린게 아닌가. 그런데 문제는 거기서 거절할 수 도있었는데 그냥 구매해버렸다. 1/3을 아껴갈 수 있었는데 좀 많이 아깝긴 했다. 그래도 리무진 버스니까 더 좋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고 정류장으로 향했다.

버스가 좀 큰가 싶었더니 확실히 일반 공항 버스보다 앞뒤 간격이 넓고 좌우 시트도 조금 더 컸다. 그리고 '콘센트'가 시트 옆에 하나씩 있었다. 실제로 되는지는 확인 못해봤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우등 버스 몇 군데 에서는 콘센트 좌석을 운행하는것을 봐서는 아예 안되진 않을것 같았다. 밖에서는 후두둑 한 두방울 떨어지던 비가 점점 더 많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리무진 버스 옆자리에 있던 콘센트. 그러나 내가 꺼내 둔 콘센트가 없어서 아쉬웠다.


셋 다 피곤했기 때문에 금새 잠들었다. 나는 반쯤 깨다 말다 잠을 제대로 못잤지만 다행히 둘은 꽤 푹 잔것 같다. 구매할 때 이케부쿠로 어디쯤에 숙소가 있는지 제대로 몰라서, 대충 이케부쿠로 선샤인 호텔에서 내렸다. 이케부쿠로 선샤인 호텔에 덩그러니 떨어지고 나니 어떻게 가야할지 좀 막막했다. 구글 지도를 꺼내 일단 이케부쿠로 역으로 향했다. 힘들어서 그런가 이케부쿠로 역도 꽤 미궁 같았다. 겨우겨우 역에서 숙소를 찾아 걸었다.

오랜만에 온 일본은, 그 안에서도 이케부쿠로는 여전했다. 1월에 왔던 이케부쿠로에서도 이렇게 비가 왔다. 짐을 들고 이동해야하는 때 이렇게 비가 오는 날씨는 별로 달갑진 않지만. 항상 여행을 하면 그 날중에 하루는 이렇게 비가온다. 신기하게도. 일본에서는 이렇게 나서기만하면 비가 오는 사람들을 두고 아메온나/아메오토코(雨女/雨男)라고 부른다. 이 세상에 그런 사람은 나뿐만이 아닌가보다. 

걷고 또 걸으니 호텔이 나왔다. 우리가 묵을 호텔은 이케부쿠로 사쿠라 호텔이었다. 이 호텔이 도쿄 근교에있으면서 예약 가능하며 3인실이 가능한 방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저렴하기까지. 이전에 지인에게 듣기로는 가격대비 괜찮은 숙소라고 들어서 조금 기대되었다. 

들어서니 여러 나라의 문장으로 쓰여있는 환영 문구가 우리를 반겨주었다. 카운터에 물어보니 아직 청소시간이라 체크인이 불가능하다고 해서 짐을 대충 정리해 맡겼다. 손을 가볍게 하고 밖으로 나서자 비가 조금 적게 내리기 시작했다. 이케부쿠로 역을 통과하기는 귀찮아서 역 옆에 나있는 지하도를 통해 걸었다. 비가 와서 그런지 더더욱 눅눅한 느낌에 얼른 지하도를 나가고 싶었다. 지하도를 나서자 니코동 본사가 있는 Parco건물이 옆에 나타났다. 이제 이케쿠부로 역앞의 큰 거리가 눈앞에 보이며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원래는 시부야(渋谷)에 갈 계획이었지만, 오늘 시부야는 비도 오는데다 주말이니 죽어날거라고 가지 말라는 M님의 충고대로 가지 않기로 했다. M님을 기다리면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H님이 노래를 부르던 강렬한 고릴라 간판의 고고카레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그리 향했다. 이전부터 나도 먹고 싶었지만 갈 기회가 도통 나질 않아서 못가던 그곳이었다. 
이케부쿠로에도 고고카레가 2군데정도 있는데, 두 곳 다 사람이 많은듯 했다. 지하 좁은 계단을 내려가니 몇개의 테이블과 바 테이블이 자리한 식당이 나왔다. 

일본 식당의 경우 주문을 우리나라랑 동일하게 종업원에게 하는 경우도 있지만 작은 가게일수록 티켓 자판기를 이용하는 가게가 많다. 어떻게 해야할지 당황하기 쉬운데 먼저 자판기에 금액을 넣고 메뉴를 선택하면 메뉴가 적혀진 티켓이 나타난다. 이걸 주방에 건네주면 요리를 해서 내어준다. 보통 자판기에 이미지가 있는 곳도 많아서 이미지를 보고 선택해도 좋고, 미리 메뉴판이나 가게 밖의 이미지등을 보고 해당 메뉴를 선택하자. 물론 일본어를 알아서 고르는게 가장 좋지만, 모른다면 그렇게라도 고르는게 좋다.

자판기에서 카레를 골랐는데, G님이랑 H님이 함께 앉고 나는 따로 앉았다. 뭔가 적당히 카레라고 눌린걸 시켰는데 정말 검고 커다란 카레만 덩그러니 나와서 매우 당황했다. 처음엔 짜장밥인가 할 정도로 시커멓게 생겨서 카레 맞나 싶었다. 그러나 한입 떠먹자 특유의 카레향이 퍼졌다. 맛있다!  분말 사가서 카레 해먹고 싶을 정도로 맛있었으나 정작 귀국 당일엔 너무 귀찮아서 안샀다는 후문이 있다. 


소문의 고고 카레.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카레를 먹고 나와서 게센을 둘러보았다. 게센을 가면 역시 크레인이지! 하고 아자라시상을 뽑는데 1500엔정도를 썼는데 결국 뽑았으니 묻지 말자. 그리고 작은 오슈시(おしゅしだよ) 인형 하나를 뽑았다. 그렇게 기다리고 있자니 M님이 오셨다. 처음에는 스타벅스나 까페같은 곳에 가려고 여기저기 둘러 보았으나 오후 시간대 간식 혹은 커피 한잔을 하려는 사람들이 엄청 많아서 자리가 없었다. 그래서 이케부쿠로의 한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다행히 조금 기다리니 자리가 났다. 


북해의 마수 아자라시상. 저 아크릴을 뽑는데 1500엔 정도가 날아갔다. 뽑았으니 됐지만.



일본에서만 할수있는 리듬게임 BeatStream. 오랜만에 왔더니 온라인 매칭 기능이 추가되어있었다.



일본의 스타벅스. 스타바(スタバー)라고 많이 부른다.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시켰던 초코 파르페. 한동안 단것이 생각 안날 정도로 달음.


M님이랑 일본 관련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어느새 내가 약속 시간이 되어서 패밀리 레스토랑 밖으로 나섰다. 약속장소는 내일 BRF가 있는 시나가와(品川)였다. 전부터 알던 분들과 모르는 분들이 한꺼번에 보는거라 조금 긴장 되었다. 일본어 회화는 어느정도 듣고 말하기는 가능하지만 확실히 일본 사람들 앞에 서면 자신의 어휘력 부족을 통감하게 되는지라. 돈키호테에서 필요한 물품을 좀 사서 가느라 시간이 늦었다. 시나가와역에 부랴부랴내려서 개찰구 앞에 모여있는 지인분들을 찾고 인사했다. 그리고는 다같이 가라오케로 이동했다. 이동하는 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많이 이야기 못한것 같아 조금 아쉽다. 그리고 사실 얼굴이 잘 기억이 안 난 것도 있었고. 

시나가와 역 밖으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는데 사람들이 엄청 많이 모여있는게 아닌가. 이게 뭔가 싶었더니 선거 연설이라고 지인분이 답해주셨다. 
"내일은 휴일인데요?"
"네. 그래도 내일 투표 해요."

신기했다. 우리같으면 주말에 투표하라고 하면 안할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잠시 접어두었다. 또 신기했던건, 그렇게 엄청난 인파가 광장에 모여있는데 사람들이 지나갈 길은 군중 사이에 만들어 놓은 채로 모여있는게 아닌가. 묘한 느낌이었다. 만약 같은 일이 있었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아마 군중을 빙 둘러 걸어가야 했겠지만 여기서는 바로 에스컬레이터 내려오고 일직선으로 길이 먼저 만들어져 있는 상태로 군중이 형성 되어있다고 설명하면 조금 상상이 될까?


토요일인데도 선거운동 하고 있어서 신기했다. 알고보니 일요일이 선거. 


군중을 가로질러 가라오케 BIG ECHO로 향했다. 다들 길을 좀 헤맸다. 찾아서 들어가니 대리석이 깔린 바닥과 쇼파가 많이 있는 로비가 나타났다. 명수를 얘기하니 다른 별관 건물로 이동하라고 했다. 별관은 코너를 살짝 꺾어서 걸어가니 보였다. 별관에서 연락 받고 왔다고 하니 방으로 안내해주었다. 우리나라 노래방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지만 수 노래방에 들어가는 느낌이라고 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들어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시작했다. 처음에 자기소개하는데 엄청 머쓱했지만. 해외에서 왔다고 하니 조금 놀라는 눈치였다. 이런저런 이야기로 꽃을 피워나갔다. 내일 라이브 이야기가 메인 이었지만. 그러다보니 어느새 시간이 다 되어서 밖으로 나왔다. 잠시 가기전에 화장실을 들렀다 나왔더니 일본 지인인 T님께서 기다려주셨다. 
내려오니 다들 정산하고 있어서 정산하고 다같이 시나가와 역으로 향했다. 몇분은 이 근처가 바로 숙소라 걸어가면 된다고 하셨다. 해산 후 한분과 함께 JR개찰구로 들어갔다. 나는 이케부쿠로(池袋) 방면이었고 다른분은 도쿄방면으로 방향이 반대여서 서로 갈 길로 떠났다. 내일 라이브 힘내라는 말과 함께.

다시 이케부쿠로로 돌아오니 밤 10시가 가까운 늦은 시간이었다. M님이 아직도 이케부쿠로에 함께 계신다는 말을 듣고 돈키호테로 향했다. 이것저것 과자들을 고르고 있길래 나도 껴서 호로요이같은 주전부리를 이것저것 골랐다. 그리고 M님을 배웅하고 우리는 숙소로 돌아갔다. 

가는 길에 또 길을 헤맸지만 무사히 도착해서 호로요이를 마시고 자려는데 G님이 침대에 호로요이를 엎질러버려서 축축한 침대에서자는 것도 그렇고 이시간에 교체해달라고 하기도 조금 미안해서 커다란 더블베드에서 세로로 셋이 잠들기로 했다. 
여행을 오기전에 거의 잠을 못잔것도 있고, 돌아다닌게 피곤해서인지 금새 잠에 들었다. 



호로요이 한정판

차가운 파인(애플)



내일을 위해서 건배 ( o ㅇㅅㅇ)o